2023.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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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하기 싫을 뿐인데 성인 ADHD라고요?

7월도 마무리가 되어가는 한 주 끝에 이달의 사원을 소개해 드립니다. 사원님의 요즘은 어떠신가요? 인간관계부터 사회생활까지 뭐하나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생활에 지쳐있지는 않나요? 저희는 사원님들의 지치고 힘든 마음을 돌봐줄 정신건강의학과 나해란 원장님을 만나고 왔는데요. 나해란 선생님과는 3년 전, 14F 유튜브에서 ‘대숲정신과’와 ‘사적인 정신과’라는 코너로 만났었어요. 오랜만에 만난 선생님은 마포구에 개원을 하셨더라고요! 우선 선생님의 책상부터 살펴볼까요?

① (순서대로)에어컨 조절기, 위험할 때 연락할 수 있는 비상버튼, 대기 환자들을 호출하는 벨
② 병원을 가득 채운 꽃과 식물들. 사람처럼 꽃도 신경 쓰는 만큼 자라고 생기 있고 밝은 분위기를 연출한다고.
③ 눈물 흘리는 환자들을 위해 꼭 필수로 준비해둔다는 휴지

더욱 따뜻하고 평온한 선생님의 진료실에서 좋은 이야기를 많이 나누고 왔답니다. 정신과에 한 번 가보고 싶은데 어디를 가야 할지 또는 이 상태인 내가 정신과를 가는 게 맞는 건지 헷갈리셨다면 오늘의 인터뷰를 주목해 주세요!

 
안녕하세요, 오랜만이네요.14F 사원님들께 인사해 주세요!
안녕하세요, 오랜만이죠. 행복 편의점을 운영하는 나해란입니다.

왜 ‘행복 편의점’인가요?
편의점은 마음 먹고 거창하게 가지 않아도 되는 곳이잖아요, 그런 것처럼 정신건강의학과를 갈 때는 엄청나게 고민해 찾아오는 게 아니라 기분이 안 좋거나 고민이 있을 때 쉽게, 별 부담 없이 찾아오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렇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와, 정말 좋은 거 같아요.
그럼 선생님의 ‘행복 편의점’에는

어떤 분들이 찾아오시나요?
연령으로 보면 5세부터 95세까지 다양하죠. 이분들을 증상으로 나눠보자면 어린이들은 틱이나 ADHD. 청소년은 우울증, 집중력 저하가 많고 반항장애도 있어요. 대학생과 직장인은 우울증, 불안증, 성인 ADHD. 중년들은 전형적인 우울증을 보이고요.  노년기에는 우울증, 기억력 장애. 완전 노년층 분들은 신체화 장애, 우울증, 치매를 갖고 계신 분들이 찾아오세요.

우울증은 대부분의 연령에서 대체로 다 나타나네요?
네, 그렇지만 연령대별로 증상이 조금씩 다른데요. 예를 들어 아이들은 뭔가 왜 이러는지 알 수가 없는 거죠. 성질이 나빠 보이고, 유치원과 학교를 안 가고, 자꾸만 배 아프다고 하거나 틱이 생기는 증상을 보여요. 청소년들은 대표적으로 성적이 떨어지고, 엄마 말 안 듣고, 학교 안 가려고 하고, 게임하고, 때로는 비행친구들을 만나기도 하고요. 또 자해가 정말 많은 것도 청소년 우울의 특징이에요.

대학생들은 우리가 ‘우울증’하면 생각나는 그 우울증이 와요. 그래서 학교 안 가고, 안 씻고, 게을러져요. 눈물이 막 난다고 하거나 살기 싫어지고, 죽고 싶은 생각이 들죠.

2030 직장인들은 일단 무기력해요. 일을 해야 되는데 하기가 싫어지고, 아무런 감동이 없고, 때로는 화가 나요. 화를 안 내야 될 때 화가 자주 나서 짜증이 나고, 이유 없이 눈물이 막 나고 말이죠. 그러다가 갑자기 공황이 같이 오기도 해요. ‘회사만 가면 마음이 쿵쾅 거린다’, ‘열받았을 때 가슴이 터질 거 같아서 숨을 못 쉬는 줄 알았다.’ 이러면서 찾아오시죠.

사실 우리들은 종합병원, 개인병원, 상담센터 중
어디로 가야할 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아까도 말했듯 저는 개인병원이 사람들이 쉽게 올 수 있는 편의점 같은 곳이 되길 바라요. 개인병원에서 심각성을 느낀다면 어차피 대학병원 추천을 해주거나, 상담이 도움이 된다고 판단되면 상담을 권하거든요. 

종합병원은 정말 증상이 심한 게 아니라면 생각보다 본인이 원하는 얘기를 길게 할 수가 없고요. 또 일상에 지장은 크게 없어서 병은 아닌 거 같은데 마음에 고민이 있다. 또 최근에 실연을 했는데 어떻게 해야 될지 고민된다. 이럴 때는 심리  상담을 받아봐도 될 거 같아요, 하지만 어떤 큰 일을 당했는데 단순 고민에서 끝나지 않고 ‘너무 힘들다’, ‘죽을 것 같다.’ 이때는 심리 상담보다 병원에 먼저 오셔야 해요.

여러 이유로 다니는 병원을 바꾸는 경우도 있던데요.
증상 호전이 없으면 병원도 바꿔보는 게 괜찮을까요?
이 부분은 케이스 바이 케이스, 개인의 선택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개인적으로 두 번까지 받아보는 걸 추천해요. 두 번까지 받아봤는데 영 아니다 그러면 바꿔보는 것도 괜찮겠죠. 정신과 의사 선생님도 결국 인간과 인간의 커뮤니케이션이 먼저이기 때문에 개인 간의 합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우선 정신과든 심리 상담이든 본인이 마음 편하게 계속 가고 싶은 생각이 들어야 하거든요. 하지만 약의 차도를 얘기하자면 약은 금방 차도가 없는 게 사실이기 때문에 그 이유만으로는 바꾸라고 하고 싶지 않아요.

오늘 선생님이 얘기해 주실 게 성인 ADHD라고요?
우선 이게 뭔지부터 듣고 싶어요.
요즘 2030 세대에서 많이 관찰되는 게 성인 ADHD인데요. 성인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Adult attention-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 여기서 ‘A’는 어텐션이 맞는데, 집중이 안 되는 병은 아니에요. 어텐션이 없다는 건 자기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이 아닌 일에는 꾸준하지 못하다. 반대로 자기가 좋아하는 일에는 엄청 몰입한다는 거죠.

이 차이는 뭐냐면 결국 이게 자제의 문제라는 거예요. 하기 싫은 일도 참아야 되고 하고 싶은 일도 그만할 줄 알아야 되는 건데, 이 충동 조절이 안된다는 거잖아요. 자제력이 부족해서 충동성이 생길 수 있다는 거죠. 이게 분노조절장애로 올 수도 있고, 운전할 때 욱하거나 회사를 때려치우는 등 꾸준하지 못한 충동적인 행동이 나오는 거예요. 더 말해보자면 연애나 인간관계에서 마찰이 잦고 가만히 못 앉아있고요. 회의할 때 너무 지루해서 자꾸 딴 생각이 나고, 나가고 싶고 이런 거죠. 그러니 주변 사람들은 이 사람들을 게으르게 보기도 해요.

또 성인 ADHD를 의심해볼 수 있는 
상황은 어떤 게 있을까요?
우리 요즘 숏폼 많이 보잖아요. 유독 숏폼을 못 끊는다. 한번 시작하면 몇 시간씩 보고 있다. 이런 것도 가능성이 있어요. 성인 ADHD는 ‘중독’ 성향이 있거든요. 계획적인 통제가 안 된다는 건데, 행동 치료를 하고자 한다면 제한을 둬야겠죠. 최대 30분으로 마음을 먹는다면 알람을 설정하고 끊을 수 있으면 괜찮은데 못 끊고 더 빠져든다면 의심해 볼 필요가 있어요.

요즘 세대들은 숏폼에 익숙해져 있잖아요
그러면 대부분 성인 ADHD일까요?
제가 봤을 때는 진화론·문화인류학적인 관점이 더 들어가서까지 살펴봐야 할 거예요. 요즘 젊은 세대는 태어날 때부터 핸드폰이 있었잖아요. 이전 세대와 비교했을 때는 이들은 태어나서 손편지를 쓰고 주고 받는 세대가 아니라는 거죠. 손편지를 쓰고 보내면 ‘기다림’이라는 게 기본적으로 깔려있잖아요. 하지만 이들은 기다림을 충분히 경험해 본 적이 없을 거예요. 즉각적으로 검색하고 통화하고 톡하고. 이게 기본 생활이었으니까요.

이게 성장 과정에서 상당히 뇌, 행동, 학습관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어요. 저도 이렇게 빠르고 편한 세상에 살다 보니까 ‘30초 이상 못 보겠어!’ 이렇게 될 때가 있거든요. 사람은 결국 주위 환경에 뇌가 바뀌어 가는 건데 2030세대의 특징이 비교적 ‘기다림’을 경험하지 않았다는 거죠.

제가 SNS 중독인지 아닌지 궁금해요.
정신의학적으로 ‘중독’은 어떻게 기준을 두고 있나요?
이렇게 구분해 볼게요. ①자기 통제가 안 된다. ② 그래서 끊으려고 결심을 한 번 해봤다. ③ 역시나 실패했다. ④ 후회가 밀려온다. ⑤결국은 무언가 손해가 난다. 여기까지 온다면 중독을 의심해 볼 수 있어요. 핵심은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은 적이 있어야 되고, 끊어야 된다는 결심을 한 번 정도 해봤어야 한다는 거예요.

성인 ADHD는 꼭 고쳐야 하나요?
고치지 않아도 되죠. 그대로 살면 되는데 본인이 힘들 뿐이에요. 병이라고 생각하거나 치료를 꼭 받아야 된다는 개념보다는 삶에서 손실을 보고 있는지 깨달아서 도움을 받는 정도라고 생각하시면 될 거 같아요. 여기서 중요한 건 집중력이 올라가는 약을 먹는 게 아니라 충동성 억제에 도움을 주고 조절력을 주는 거예요. 기존의 머리를 더 좋게 해주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아두시면 될 것 같습니다.

저도 엄청난 성인 ADHD였지만 꾸준히 참아서 여기까지 왔거든요. 그래서 이들에게 더 많은 응원을 하고 싶은데요. 저도 학교 다니는 게 너무 싫었고, 만날 학교도 안 가고 싶었지만 의대까지 나왔으니 말이죠. 저도 약 안 먹으면 너무 지루해요. 꼭 약을 먹어야 하냐?라고 묻는다면 꼭 그런 건 아닌데 최소한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참아야 될 일이 있을 때는 약을 먹는 게 훨씬 손해를 안 보는 거죠.

병으로 보는 것보다 스스로를 잘 알고 ‘어떨 때 내가 자제가 안되는구나’, ‘어떨 때 내가 조절이 필요하구나’를 알고 있어야 해낼 수 있다는 거예요. 그게 아니면 계속 자괴감에 빠져들 거니까요. 

제가 봤을 때 이 사람들은 잘 승화시키면 현대사회에 멀티플레이어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어요. 요즘 더 뜰 수밖에 없는 게 요즘은 멀티잡의 시대잖아요. 일을 벌이고, 흥미로운 일에 완전 몰두를 이뤄내는 우리들이 주목받을 수 있는 시대가 온 거죠. 

마지막으로 14F 구독 사원들에게 하고 싶으신 말은?
우리는 세상과 연결되어 있는데 단절됐다 생각하고 외로워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아요. ‘아무도 나를 지지해 주지 않아’, ‘아무도 내 편은 없어.’라고 말이죠. 여기서 가족은 별개로요. 외롭고 힘들 땐 가족만으로 채워지지 않는 무언가가 있거든요.

저는 원래 예민한 사람이었어요. 하지만 굉장히 포용적인 사람으로 변해왔는데 누구나 이렇게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왜 이렇게 되었는지 생각해 보니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거든요. 저를 지지해 주고 좋아해 주는 사람들이요. 그 사람들은 저를 똑똑해서 좋아할 수도, 외모를 좋아할 수도 있잖아요. 하지만 좋아하는 것에는 특별한 이유가 없을 때가 많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지금 마음이 힘든 사람도 사실 누군가 한 명의 진정성 있는 진실한 지지만 있으면 그 사람은 세상에 발을 붙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한 명만 있어도 절대 자살하지 않아요. 그게 친구일 수도, 연인일 수도, 정신과 선생님이 될 수도 있어요. 

제가 그 경험을 한 이후로 ‘제가 다른 사람에게 그렇게 도움을 줄 수도 있겠구나’ 생각하며 사명감을 가지고 열심히 이 일을 하고 있어요. 그러니 힘들 때면 고민해서 찾아오지 마시고 편의점 가듯 부담 없이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아와주시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언제든 도움이 필요할 때 편의점 가듯 정신과를 찾으면 좋겠지만 아직은 망설여진다면 선생님과 14F가 함께한 👉 대숲정신과 콘텐츠를 복습하거나 새로운 영상이 업로드되는 👉해란쌤의 유튜브 영상을 보는 것도 좋을 거 같아요. 14F 제작사원들도 사원님의 오늘 하루가 안녕하길 응원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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